일본 장인정신과 기업문화
일본의 장인정신이 기업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그리고 이로 인해 어떠한 기업문화가 만들어졌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매년 10월이 되면 스웨덴 노벨위원회에서는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하는데, 올해에도 일본인 과학자가 노벨 과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노벨상 중에서 노벨 과학상은 주로 대학교에서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과학자가 수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죠. 1919년 10월에 발표된 노벨화학상은 일본인 민간기업인 아사히카세이에 재직하고 있었던 요시노 아키라 씨가 수상하였습니다. 아사히카세이 주식회사는 화학, 섬유, 주택, 의약품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종합화학회사인데. 요시노 아키라 씨는 이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오늘날 널리 이용되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한 공로로 수상하였습니다. 아사히카세이 주식회사는 그룹의 슬로건이 '어제까지 세계에 없었던 것을 창조하여 만들어가는 것'인데요. 이러한 슬로건을 보면 기업의 새로운 기술혁신과 인재 육성을 게을리하지 않는 기업문화가 바로 노벨 과학상을 낳았다고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한편 일본은 지금까지 24번의 노벨 과학상을 받은 세계적인 노벨상 수상 국가이기도 한데요. 이 중에서 1973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에사키 레오나 씨, 2002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다나카 고이치 씨, 2014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나카무라 슈지 씨 등 일본에서는 민간기업의 기술자나 연구원이 노벨 과학상을 받는 경우가 4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기업은 당장 수익을 창출하여 이익을 내야 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기업의 연구원이 노벨 과학상을 수상하였다는 사실은 수십 년간 한 우물만 계속 팔 수 있도록 배려하는 기업문화와 장인정신이 밀접하게 결합하여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본의 장수기업의 경영가치나 기업이념의 영향
일본의 시니세 기업, 즉 장수기업은 일본의 전통적 장인정신이 면면히 흐르고 있다고 소개해 드렸는데. 이 시니세 장수기업의 경영가치나 기업이념을 통해 장인정신이 일본의 기업문화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약 490년 전인 무로마치 시대 때 교토에서 개업하여 도쿄 미나토 구에 본점을 두고 있는 일본 전통과자 와가시 전문점인 토라야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일본에 살았거나 여행을 하였다면 토라야의 양갱을 보거나 맛본 적이 있었을 텐데요. 이 기업은 결코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새로운 것을 채용하면서 그 본류는 결코 변하지 않는 불력을 구현하는 데 경영이념을 두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로마치 시대부터 일본 황실에 과자를 조달하면서 성장하였던 기업이 오늘날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고, 프랑스 파리에도 지점을 낼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음으로는 에도시대인 1700년대 전반기에 창업한 식품·주류 회사인 JFLA 주식회사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회사도 시니세 기업으로서 전통을 전한다고 하는 사명이 있기 때문에 긍지를 가지고 그 존재의의를 드러내고 싶다고 합니다. 시니세 기업의 다수가 청주나 일본간장, 된장 등 주류나 식품회사들인데, 이 회사들은 시대변화에 뒤쳐서 폐업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청주나 간장은 그 지방의 풍토에 뿌리박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재팬 푸드는 품질이 좋은 상품을 만들어 현지에서 좋은 브랜드로 계속 성장하고 있는 배경에는 이러한 전통에 대한 긍지심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위에 두 장수기업들은 모두 전통을 중시하고 본업을 지키려고 하는 장인정신에 근거한 기업문화를 만들어 시대의 변화를 돌파해 간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장수기업들은 단지 전통만을 있는 그대로 지켰기 때문에 장수기업으로 살아남았던 것은 아닙니다. 일본의 장수기업들은 시대변화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갔습니다. 예를 들면 1645년에 창업한 야마사 간장 주식회사는 '360여 년이라는 전통은 지켜나가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의 연속이다. '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한편 1700년에 창업한 후쿠다 금속박분 공업 주식회사는 '전통이란 변혁의 역사이기도 하다. '라는 말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 두 회사는 모두 전통적인 산업인 간장 식품과 금속박과 금속가루 분야로 출발한 회사인데, 에도시대에 이 분야의 최고 상품을 생산하던 기업입니다. 그런데 야마사 간장 주식회사는 전통적인 식품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을 거듭한 결과 리보핵산분해법을 개발한 새로운 조미료 제작법을 발명하였고, 진단용 의약품 개발에도 성공하였습니다. 후쿠다 금속박분 주식회사도 금평 병풍이나 불단, 불교 연구에 사용하는 금속박 분제 조에서 IT분야의 최첨단 기술과 연계하여 휴대전화, 컴퓨터, 자동차에 들어가는 금속 소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장수기업들은 하나 같이 전통과 본업을 중시하면서도 새로운 시대와 환경에 대응하여 끊임없이 혁신과 변혁을 해 나가는 장인정신의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신의 뿌리박은 기업문화가 혁신을 통해 몇 백 년이나 된 본업의 기술을 발전시켜 새로운 산업과 연계하여 발전해 온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혁신의 정신은 새로운 기술개발로 이어져 최고의 품질을 만드는 데 정열을 불태우게 됩니다. 예를 들면 1905년에 창업한 긴포도마쓰모토 공업 주식회사는 모노즈쿠리의 시니세로서 '기술 진화는 제1조건, 앞으로도 기술은 변화해야 한다. '는 기치를 내걸고 있습니다. 여기서 '모노즈쿠리'는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물건을 만드는 일을 가리키는데,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일본의 독특한 제조 문화를 일컫는 상징적인 말로 일본제 조업의 혼이자 자존심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따라서 물건이나 음식을 담는 용기인 캔 제조사로 출발하여 우수한 기술 변화를 도모하여 세계의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용기 제조사로서 그 위치를 굳건히 하고 있습니다. 한편 1600년대 전반에 창업한 주식회사 에이라쿠야도 '기술자의 우수한 솜씨를 정당하게 평가하여 고가로 사들여 품질에 집착하여 부가가치를 만들어간다. '는 경영 기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식회사 에이라쿠야는 무명 옷감을 다루는 상점으로 출발하였는데, 400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의 전통 수건이나 보자기 등 면포를 생산하고, 가방이나 모자 등의 분야에도 진출하였습니다. 이러한 전통적 산업에 충실하면서도 항상 기술자의 솜씨를 중시하고 품질 관리를 통해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교토의 가장 전통적인 장수기업입니다. 이렇게 기술혁신과 품질 우선이라는 정신은 오래된 시니세 기업의 중요한 문화로 자리 잡고, 이를 통해 끊임없이 변화해 나가는 기업환경에도 굳건히 버티며 성장할 수 있는 비결이었습니다. 나아가 일본의 소재부품 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기업의 혁신의 정신, 그리고 기술 중시와 품질 우선이라는 문화는 항상 인재를 중시하는 문화로부터 나오고 있다는 점에 그 특징이 있습니다. 앞에서 보았던 후쿠다 금속박분 공업 주식회사는 어느 시대든 회사가 사훈을 소중히 여겨 사원 본인들이 소중한 대우를 받는다는 자각을 가지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내걸고 있는 전통 존중과 혁신의 역사는 바로 사원을 소중히 여기고 인재를 중시하는 문화가 그 바탕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편 긴포도마쯔모도 공업 주식회사도 손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 사원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점을 누차 강조하고 있는데, 이 역시 기술의 진화를 제1 조건으로 내걸었던 기업문화의 사원과 인재를 중시하는 문화가 그 바탕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전통을 중시하면서도 새로운 혁신과 기술 연마를 도모하는 일본 기업들은 항상 인재를 알아보고 사훈을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조화를 이루고 있었던 셈입니다.
일본 장수기업들의 기업문화
일본의 장수기업들은 내부적으로 인재와 사훈을 중시하면서 기술 혁신을 추구하였지만 대외적으로는 신용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1582년에 창업한 주식회사 인덴야우에하라유시치는 시니세의 간판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신용을 팔기 때문이라며 고객에 대한 신용을 강조하고,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긍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인덴, 즉 사슴이나 양의 가죽을 가공하는 이 회사는 품질 개선과 품질에 대한 고객의 신용을 지키는 일이 눈앞의 이익보다 더 중요하며, 이 점에 바로 기업의 자긍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보면 이러한 신용에 대한 자긍심이 일본의 장수기업들이 각 분야에서 톱클래스를 유지할 수 있는 하나의 비결이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전통과 본업에 대한 애정, 혁신이 기술 개발,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고자 하는 정신, 회사의 인재와 신용을 중시하는 정신은 모두 일본 장인정신의 토대를 이루는 부분입니다. 이러한 정신이 일본의 장수기업에는 하나의 기업문화로 녹아들어, 오늘날까지 이들 회사가 경쟁력을 가지게 만드는 큰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이러한 장인정신 중에서 기술 연마와 인재 중시라는 기업문화, 나아가 경영철학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본이 1970년대 석유 위기, 1980년대 엔고와 1990년대, 2000년대 장기불황에서 벗어나고, 대지진 등 거대 자연재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기술 연마와 혁신을 통해 소재와 부품 분야의 첨단기술 기업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이들 기업들은 본래의 고유기술과 본업을 잘 지키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개발을 지속하여 새로운 제품을 창출하여 세계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장수기업인 시니세 기업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위에서 알아보았듯이 일본의 장인정신이 그 토대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일본의 기업들은 사원의 기술과 노하우를 중시하면서 인재를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인간 중심의 경영전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일본 기업의 고용 환경에도 변화하고는 있다지만, 전통적으로 종신고용제와 연공서열제를 중심으로 한 기업문화에 토대하고 있으며, 장기불황 시에도 대규모 고용감축보다 고용의 안정성에 중점을 두고 있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을 승계할 때에도 실력을 중시하여 능력 있는 직원이나 외부 인재를 영입하여 후계자로 지명하는 경우도 결코 적지 않습니다. 도요타 자동차의 경영철학에 모노즈쿠리와 히토즈 쿠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좋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인재가 요구되며, 따라서 기업은 무엇보다도 좋은 인재 만들기를 중점적으로 해야 된다는 말입니다. 이러한 철학은 비단 도요타 자동차뿐만 아니라 일본의 많은 기업들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입니다. 이렇듯 일본의 장인정신은 에도시대부터 오랜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직업윤리이며, 근대가 되어서도 기업문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오늘날 '모노즈쿠리'라는 용어로 다시 살아나고 있는 가치체계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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