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장인정신과 기업문화
일본의 장인정신과 기업문화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장인정신이라는 말 들어보신 적 많으시죠? 물건을 만들거나 예술작품, 공예품을 제작하는 데 이를 만드는 사람의 혼신의 노력이 투영된 경우에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사전적으로는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전념하거나 한 가지 기술을 전공하여 그 일에 정통하려고 하는 철저한 직업정신을 가리키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직업윤리를 논할 때도 많이 사용하는 말입니다. 우리가 오늘날 사용하는 '장인정신'이라는 한자는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말입니다. '장인'이라는 단어는 손으로 물건을 만드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예술 작품을 만드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말할 때도 사용합니다. 즉, 예술가의 창작 활동이 심혈을 기울여 물건을 만드는 것과 같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편 이 장인정신은 영어로 '크래프츠 맨십(craftsmanship)'이라고 하고, 독일에서는 '한트베이커 카이스트'라고 합니다. 그 뜻은 역시 위에서 살펴본 뜻과 대동소이합니다. 독일차를 비롯하여 다양한 수제품, 공업제품들을 장인정신의 요체라고 바라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독일의 이러한 제품을 장인정신이 발현된 것, 심지어는 예술로까지 승화시킨 하나의 작품으로 본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사례를 본다면, 서양에서도 동양만큼이나 물건을 만드는 데 온 정열과 정성을 다하는 정신을 중요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독일은 일본처럼 제조업이 매우 발달한 나라인데, 마이스터 제도를 통해 젊은 기능인을 잘 양성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제조업이 강한 나라는 어느 지역이든 직업윤리로서 장인정신이 잘 침투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일본에서는 장인정신에 해당하는 말은 일반적으로 '쇼쿠닌가타기(しょくにんかたぎ)' 또는 '쇼쿠닌 타마시(しょくにんたまし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스스로 습득한 숙련된 기술로 수작업으로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쇼쿠닌' 즉 '직인'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기질과 정신을 의미하는 말이 붙어서 일본인의 직업정신을 잘 나타내는 장인정신으로 굳어졌습니다.
장인정신의 기반이 되는 쇼쿠닌이라는 개념 형성과정
그러면 다음으로 이러한 장인정신의 기반이 되는 쇼쿠닌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일본에서도 고대부터 일상적인 영역에서 종교 활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인이 존재하여 상공업 활동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였습니다. 한편 직인이 수공업자를 지칭하는 용어로 정착된 것은 14세기 중반 중세의 남북조시대에 그 용례가 보이다가 전국시대에 들어와 여러 방면에서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중세시대에는 '쇼쿠닌 우타와세' 라는 작품이 여러 편이 보이는데, 이는 좌우 두 패로 나뉘어 다양한 직업의 쇼쿠닌을 가탁하여 그들의 작업을 노래한 와카들입니다. 이들 와카를 좌우 한 수씩 짝지어 판정자로 하여금 우열을 판정하는 놀이였는데, 이 작품으로부터 이 시대 조정이나 귀족들에게 종사하는 쇼쿠닌이라는 직업에 주목하여 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입니다. 에도시대가 되면 정치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안정을 맞이하여 '사농공상' 즉, 무사, 농민, 수공업,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신분제가 고착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수공업과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조닌이라는 계층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들은 주로 '조오카마치' 라고 불리는 전근대적 도시부에 사는 경우가 많았는데. 도시의 발달과 상공업의 발달로 쇼쿠닌 사회는 더욱 분화하여 발전을 거듭해 갔습니다. 에도시대에는 신분제 안정에 수반하여 일상의 노동은 자신의 성불과 연결될 만큼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나아가 세상을 유지시켜 나가는 공적인 가치도 가진다는 가치관이 성립하게 됩니다. 일종의 직업윤리의 성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쇼쿠닌의 일에 다양한 가치 부여가 이뤄지고, 이러한 가업을 이어가는 노동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고 정진해 나가야 한다는 직업윤리로서 도의 규범이 정착되었습니다. 따라서 쇼쿠닌의 일에 다양한 가치부여가 이뤄지고, 이러한 가업을 이어나가는 노동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고 정진해 나가야 한다는 직업윤리로서 도의 규범이 정착하게 됩니다. 무사도나 다도와 같이 쇼쿠닌이 자신의 일에 대한 도의 윤리가 만들어진 셈입니다. 이러한 직업윤리는 메이지유신 이후 서양화의 바람 속에서 근대화가 진척되어 신분제가 없어지고 산업혁명이 이뤄진 다음에도 일종의 장인정신으로 고착되어 일본 기업의 성장과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하였습니다.
쇼쿠닌가타기와 쇼쿠닌타마시
쇼쿠닌가타기와 쇼쿠닌타마시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보도록 하겠습니다. 쇼쿠닌가타기는 국어대사전에 다음과 같이 나와 있습니다. 일견 편벽하게 보이거나 완벽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성실하게 자신의 일에 자긍심을 가지고 마음에 드는 일이라고 한다면 손해와 이득을 무시하기까지 한다는 기질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따라서 쇼쿠닌가타기나 쇼쿠닌타마시는 보통 자신의 일과 기술에 자신감과 긍지를 가지고 쉽게 타협하거나 금전이나 이해관계로 인해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정직하게 일을 하는 성질이자 정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다음으로 일본의 장인정신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이러한 장인정신이 가업을 계승하는 문화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본의 장인정신은 대체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때, 이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와 설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면면히 내려오는 장인정신의 특징을 정리하여 말하면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먼저 쇼쿠닌들은 해당 직종의 전문가로서 자신의 일과 기능에 대해 높은 긍지와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일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고 기능을 더욱 전문화시키려는 점은 일본 장인정신의 토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기업의 이익을 지향하지만 신용과 사회적 기여를 중시하려는 태도입니다. 오사카 상인 이세 상인과 더불어 일본 3대 상인 중 하나인 오우미 상인은 물건을 파는 자뿐만 아니라 구입하는 자도 만족하고, 그리고 상행위를 통해 사회의 발전과 세상의 복리증진에도 기여해야 한다는 '삼포요시'라는 기업철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고객에 대한 신용과 사회에 대한 공헌을 내건 이러한 정신은 일본의 수많은 기업의 경영철학으로 채택되고 있습니다. 이익이라고 하는 것은 열심히 사업을 위해 노력하고, 영리 지상주의로 빠지지 않고 사회에 공헌하고 책임을 다한 결과에 대한 잉여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는 이진 어근의 실천도 이러한 정신을 잘 보여주는 덕목입니다. 세 번째로는 기능을 숙련함과 더불어 일을 응용하여 기술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이를 계승해 가는 데 노력한다는 정신을 들 수 있습니다. 이는 요사이 하는 말로 '기술혁신'에 해당하는 덕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네 번째로는 자신이 하는 일의 기본에 충실하고 전통을 중시하며, 사용하는 도구나 기계에 대해 애정을 보이며 소중히 하는 정신입니다. 전통 계승과 본업 중시라는 일본 장인정신의 근원과 연계되는 정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로 기능을 배운 스승에 대한 존경과 그 일을 계승하는 제자에 대한 자부심을 들 수 있습니다. 이는 일본식 도제제도라고 할 수 있는 뎃치제도의 전통이 메이지 시대까지 남아 있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이를 배우고 숙련하기까지의 과정을 잘 보여주는 의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에서는 '무노즈 끄리'라는 말이 크게 유행하였습니다. 이 말은 제작이나 제조, 생산을 의미하는 순수한 일본어인데. 불황 속에서도 1990년대 말의 자동차 산업을 비롯하여 일본 제조업이 부활하면서 제조업이 다시 긍정적으로 주목을 끌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일본 제조업의 우수성을 일본이 장인정신의 역사와 고유문화 속에서 그 근원을 찾으려고 한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판 일본 장인정신에 대한 의미부여에 해당하는 셈입니다. 최근의 한일 무역 분쟁이 일어나면서 일본의 부품과 소재산업이 왜 강한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숙련된 기술자가 매우 정교한 기능으로 물건을 만드는 장인정신이 그 바탕이 되고 있음은 두말할 여지도 없을 겁니다. 다음으로는 이러한 일본의 장인정신이 가업을 계승하고자 하는 일본의 기업문화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본 에도시대 때부터 직업윤리로 형성된 일본의 장인정신은 어떤 일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긍지를 가지며, 근대 이후에도 가업을 계승해 가고자 하는 문화고 이어졌습니다. 도쿄 대학이나 유명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다니다가도 부모가 운영하는 식당을 계승한다거나 해외 유학을 하고 나서도 가업을 잇기 위해 부모가 하던 전통산업을 계승하였다는 이야기는 일본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가업을 계승하는 일본의 장인정신은 일본의 기업문화에도 영향을 미쳐서, 실제 각종 기업 통계조사에도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즉, 일본은 전 세계 기업들 중 장수기업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으며, 더구나 가장 오랫동안 경영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장수기업을 '시니세 기업'이라고 하는데, '오래된 점포' 라는 뜻의 시니세란 조상대대에 걸쳐 전통적인 사업을 행하고 있는 소매점이나 기업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물론 이 말에는 조상대대의 가업을 지키고 계승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2008년에 한국은행의 보고서를 보면 200년 이상된 전세계 장수기업 중에 5586 기업 중 일본이 3146개 개업으로 압도적으로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도 578년에 창업한 건축회사인 곤고구미인데, 창업자는 백제에서 건너 간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2위가 708년에 창업한 숙박업 케이운칸이고, 3위도 718년에 창업한 숙박업 호시인데. 네 번째가 되어서야 독일의 와인 제조회사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한편 2016년 도쿄 상공 리서치가 조사한 일본 기업의 창업 시기 관련 통계에 따르면 메이지 시대가 66%로 가장 많고, 에도시대에도 4164개 기업으로 13%에 이르며, 에도시대 이전에 창업된 회사도 무려 400개의 기업이 넘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러한 통계는 전통과 본업을 중시 여기며 끊임없이 혁신을 통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하는 일본의 장인문화가 토대가 되어 일본인들이 가업을 지키고 계승하려는 기업문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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